뒤늦은 당근 Android 인턴 면접 회고
개발Android면접당근AI2026년 9월 7일

서론
언제였더라. 캘린더를 보니 7월 8일. 당근 Android 인턴 서류가 붙어 면접을 다녀왔다. 결과는 뜨거운 합격. 이유가 몇 가지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음 채용을 준비하기 직전에 간단히 복기를 해보고자 한다.
무엇이 문제였나?
하드 스킬에 치우쳤던 준비
여기서 하드 스킬이란 개발과 직접 관련된 내용을 의미하고, 소프트 스킬이란 협업과 나의 캐릭터성에 대한 내용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하드 스킬에 지나치게 집중했었다. 준비 과정 중 대부분의 시간을 Android, Kotlin, Compose와 CS 전공 지식 공부에 많이 사용했다. 이유는 사실 이것만 봐도 내용이 매우 많았기 때문이었다. Kotlin 문법에도 몰랐던 게 한가득이었고, Android 관련 지식도 내가 아직 백그라운드 서비스까지 필요로 하는 고도의 앱을 구현해본 경험이 없어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개인 협업 경험과 나를 PR하는 부분이 아쉬웠던 것 같다. 오히려 내가 포트폴리오에서 강조했던 게 협업이었는데 그걸 면접 과정에서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가장 뼈 아팠던 실책은 "팀원으로부터 들어본 칭찬 있어요?"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한 것이었다. 협업하다 보면 사실 한 두개의 사소한 칭찬부터 큰 감사함까지 여러 좋은 말을 듣기 마련이지만 이걸 일일이 기록해두는 사람은 없다.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나? 나 칭찬 받았다고 칭찬 노트에 날짜랑 칭찬 내용 적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근데, 이 정도까진 아니었어도 면접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는 했어야 했다. 막상 저 질문을 받으니까 무슨 칭찬을 들었었는지 기억이 안 나더라. 애석하게도 항상 그렇듯이, 면접장을 나오고 나니 뒤늦게 답변이 떠올랐다. 참으로 유감스러웠던 순간이었다.
면접은 같이 일할 사람인지 확인하려는 목적도 크다. 하드 스킬도 중요하지만 소프트 스킬도 의도적으로 비중을 많이 두어야 한다.
AI 사용 경험 부족
내가 지원했던 직무는 채용 과정에서 라이브 코딩 테스트가 있었다. 과제 세부 내용은 설명하기 어렵고, 간단히는 목표 주고 제한 시간 안에 구현하는 과제.
아쉬웠던 점 첫 번째: AI 사용 경험 자체가 적었다. 지금까지의 짧은 식견으로 생각하건대 AI는 그냥 많이 써 봐야 많이 느는 것 같다. 이건 솔직히 말로 설명이 잘 안 된다. 그리고 설명을 해 봐도 변화와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서 금방 Outdated가 된다. AI를 직접 써 보면서 병목을 발견하고, 이 병목을 해결해본 경험이 쌓여야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 시장 변화가 빠른 만큼 기초 체력을 기르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는 말.
두 번째: Claude를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지금까지 Codex와 Antigravity(구 Gemini CLI)만 사용해왔어서, 처음 써 보는 Claude가 낯설었던 것도 패착 중 하나인 것 같다. 인터뷰 안내에는 다른 에이전트 써도 된다고 적혀 있었지만 Claude 사용이 권장된다고 적혀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가서 Codex 쓸 생각이었는데, 막상 다른 거 써도 되냐고 물어보니 가능하다면 Claude를 사용해보라고 하시더라. 물론 지금은 YAPP에서 넘치게 들어오던 태스크 쳐내느라 토큰이 녹아버린 Codex를 보완하면서 Claude 사용 방법을 알게 되었지만, 앞으로는 면접에서 요구되는 것들은 최대한 만족시켜서 가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지점이었다.
세 번째: 적극적인 개인화를 시도해보면 어땠을까 싶다. Claude가 잘 실행되었던 거 보면, 그리고 평소 나 하던 대로 작업해보라는 라이브 코딩 테스트 의도를 생각해보면, 내 개인 맥락을 직접 가져와서 써 봐도 되냐고 물어봐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건 꽤 적극적인 요청이라서 안 됐을 것 같기는 하다) 지금은 좀 AI를 써 봐서 Claude와 Codex의 나름의 전역 개인화 지침을 설정해두었는데, 만약 이걸 그대로 쓸 수 있었다면 평소의 내 작업 모습을 더 잘, 그리고 더 효율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을 것 같다.
네 번째: 에이전트에게 더 많은 역할을 맡기자. 이건 실제로 지적받은 부분이었다. 라이브 코딩 테스트에서 "더 빨리 작업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들어 면접 나가기 전에 개선할 지점 있냐고 여쭤보았는데, "AI에게 일단 맡겨보시는 게 어떨까요?"하는 답을 받았다. 그 전까지는 최소 스펙과 화면 구조 일부도 다 내가 적어주고 있어서 스펙 문서 적는데 한 세월 걸렸는데, 저 피드백을 받고 일단 AI에게 작업 계획을 받은 후 일부만 수정하고 진행하는 식으로 개선하게 됐다. 실제로 스펙 문서를 직접 쓰느라 걸렸던 시간을 크게 줄일 수도 있었고.
다섯 번째: 토큰 줄이는 거 생각보다 중요하다. 토큰을 절약하는 건 효율 측면에서 당연히 매우 중요한 습관이다. 비용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도 면접 질문 중 하나였다. 아쉽게도 당시에는 토큰 절약에 신경 썼던 경험이 없었기에 답할 수 있는 게 적었지만, 이번에 YAPP 진행하면서 얻은 인사이트가 조금 있는 것 같다. 일단 출력 토큰 줄이는 거 중요하고, 에이전트에게 입력될 문서의 양도 "~입니다"가 아니라 "~임"의 명사형 어미로 종결하거나 중복 표현을 최대한 줄임으로써 컨텍스트를 줄여야 한다. 더 나아가, 다양한 지침 문서를 책임과 역할에 맞게 여러 개로 나누면, 에이전트가 필요한 문서만 골라서 읽기 때문에 전체 문서를 전부 읽는 것에 비해서 토큰 양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AI 사용 경험을 늘리려면 일단 써 봐야 한다. 닥치고 써 봐야 한다. 그러니, 개발이 쉬워진 판에 AI와 함께 일단 뭐라도 시도하고 실행해보는 습관이 AI 사용 경험 향상에 제일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망설일 시간에 다른 사람들은 이미 서비스 몇 건을 세상에 내놓고 있을 거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AI 근육은 쓰면 쓸수록 강해진다. 김성근 감독의 "팔은 쓰면 쓸수록 강해진다"라는 가르침을 잊지 말자.
제공할 정보와 제공하는 방법 개선하기
핵심 위주, 두괄식으로 말하기. 나는 항상 말을 많이 해서 문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배경과 근거 설명에 꽤 많은 시간을 들였다. 면접관들에게 그게 중요했을까? 안 그래도 피곤해 보이시던데 잘 모르겠다. 결론부터 말하라고 다들 말하는데 실전에선 참 지키기가 어려운 것 같다. 그러므로 의식적으로 '두괄식으로 말하자'라는 다짐을 면접 내내 하고 있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건 과감히 생략. 하나의 판단에는 여러 근거가 있다. 하지만 그 근거 사이에서는 비중이 크게 갈리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만 말하는 습관을 들이자. 나머지는 물어봤을 때, 그 때 말해도 된다.
질문에 대한 판단은 신중히. 원래 자주 겪던 문제라 신경을 쓰긴 했지만 그럼에도 문제가 있었던 부분이다. 질문이 이해가 안 가면 다시 되묻고, 내가 답해야 하는 것을 명확히 식별해야 한다. 애매할 때 "이렇게 답하면 되겠지...?"하고 답하지 말고, 한 번 더 되묻는다고 세상 멸망하는 거 아니니 그 정도는 해도 된다. 내가 진짜 무엇을 답해야 할지가 명확해졌을 때 답하자. 물론 내 식견이 부족하면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질문도 있으므로 그건 잘 구분해야 하겠다.
안 물어본 얘기 하지 말자. 이거는 복수전공 얘기 할 때 꽤나 크게 느낀 부분인데, 솔직히 개발자에게 요구하지 않는 역량인 건 확실한 것 같다. 먼저 꺼낼 필요 없다. 나의 캐릭터성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물어볼 수는 있겠지만 내가 먼저 말할 필요가 없는 건 동일하다. 왜냐? "저 철학 복전했어요! 이유는 이렇고요, 철학은 무슨 도움이 되고요..."라고 먼저 말하는 것보다 "철학 복수전공을 했습니다."라고 적당히 숨기고 넘어가야 면접관들이 호기심을 가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어디까지 답변할지 결정하는 것도 전략이라는 걸 이 지점에서 크게 느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안 물어본 걸 말하는 것 자체가 시키지도 않은 일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도 있다. 뭐 이거는 사람마다 다른 부분이겠지만 안전하게 가야 하는 채용 과정에서는 보수적으로 행동하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내가 컴퓨터라고 생각하라: 면접관에 입력에 따라 엄격하게 답변을 출력해야 한다. 물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답하지 말고, 물은 것에 대해서만 답하자.
기본기 잃지 말기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제일 중요할 내용이다. AI가 과거보다도 더 빠르게 코드를 생산하는 만큼, 오히려 사람이 판단할 몫도 늘어난다는 걸 까먹으면 안 된다.
즉, AI 기반 개발의 발전에 따라 인간이 내릴 판단의 절대적 양과 범위가 함께 늘어날 거고, AI가 생산하는 코드를 빠르게 쳐내고 다음 판단을 위해 넘어가려면 그만큼 빠른 시간 내에 코드를 식별하고 분석할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그게 어디서 오겠는가? 전공 지식과 실무 및 개발 경험이다. 괜히 사람들이 CS 중요하다고 계속 강조하는 게 아니다. 이번 당근 면접에서도 '여기까지 묻는다고?' 하고 생각한 지점이 몇 있었다. 그만큼 당근은 기본기가 중요한 것임을 잘 알고 있으며, 애초부터 그런 가치관을 가진 분들과 함께 회사를 구성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지점이기도 했다.
AI가 코드를 다 쳐 준다는 말은 네가 결정해야 할 사항도 많아진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기본기는 기본기인 이유가 있다.
결론
인생 첫 면접이었다. 면접 시작하면서도 "제 인생 첫 면접을 이곳에서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라고 말씀을 드렸었다. 진심이었다. 불합격을 받았던 만큼 지금 떠올려도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지만, 저 발언 자체는 정말 진심이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원래 나라는 사람은 몇 번 밑바닥에 떨어져 봐야 좀 생기가 도는 그런 사람이다. 삶을 너무 행복하게 살아서 간절함이 없는 인간에게 이번 경험은 꽤 여러모로 도움이 된 경험이었다. 무엇보다도 내 첫 면접을 당근에서 봤다는 점이, 최근의 나에게 생각보다 꽤 큰 동기 부여와 안정감을 주고 있다. 비록 인턴따리긴 했지만 '내가 개발자 커리어를 위해 걸어온 길이 적어도 잘못되지는 않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그렇게 멘탈이 막 터지지는 않더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만 잊지 말자. 괜히 200년 넘게 구전되어온 게 아니다.